서산 개심사(開心寺): 운산면 신창리 1번지
1. 개심사 가는 길
해미면에서 6km쯤 떨어진 상왕산(307m)의 울창한 숲속에 자리한 개심사는 충남 4대 사찰 중의 하나다. 주차장에서 절마당에 이르는 굽이진 산길이 호젓하고 아름다운데 봄철에는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개심사 대웅전은 정면 3간, 측면 3간의 단층 맞배집으로, 그 구조 형식은 다포집 계통과 주심포집 계통의 기법을 혼합한 절충식이다.1484년, 성종 15년에 지어졌으며, 보물 제 143호로 지정되어 있다.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삼아 지은 절집이 있어 눈에 띈다.
신창저수지를 지나 개심사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면 각각 ‘세심동과 개심사 입구’라 쓰여진 낮은 돌 두 개가 있는데, 이 두 돌의 사잇길이 개심사로 오르는 길이다. 약 5분쯤 구비구비 돌계단을 따라 오르는 길인데, 구불구불 이어지는 돌계단이 피로함 대신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올라갈 때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내려올 때는 휘어지는 돌계단 길을 눈여겨볼 만하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균형감 있게 배치된 돌들이 석수(石手)의 정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돌계단을 다 올라 흙길을 조금 걸으면 긴 직사각형의 개심사 연못이 나온다. 이 연못은 인공연못으로 상왕산(象王山)의 모양이 코끼리의 형국이라 코끼리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만든 것이라 전해진다.
개심사가 있는 상왕산의 이름 자체가 '코끼리왕의 산'이란 뜻이니 코끼리와 무슨 관계가 있긴 한 것 같다. 연못 서쪽으로는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고, 연못 가운데로는 통나무다리가 하나 있어 빼어난 운치를 느끼게 한다. 연못을 건너면 극락으로 들어갈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개심사는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이면 무궁화꽃이 많다. 절마당에서 해우소로 가는 길이 온통 무궁화 꽂밭이다. 다른 절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또한 가을이면 개심사가 숨어있는 상왕산 전체가 단풍이 아름답고, 겨울이면 산사뿐만 아니라 오가는 길에 만나는 드넓은 목장이 하얗게 눈 세상이어서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서산의 문화재 : 서산마애삼존불, 해미읍성, 명종대왕 태실 및 비, 문수사, 순교성지(여숫골), 해미향교
2. 개심사의 소개
1). 연혁(沿革)과 개요(槪要).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修德寺)의 말사이다. 654년(의자왕 14) 혜감(慧鑑)이 창건하여 개원사(開元寺)라 하였다. 1350년(충숙왕 2) 처능(處能)이 중창하고 개심사라 하였으며, 1475년(성종 6)에 중창하였다. 그 뒤 1740년(영조 16) 중수를 거쳐 1955년 전면 보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보물 제143호로 지정된 대웅전을 비롯하여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94호인 명부전(冥府殿)과 심검당(尋劍堂) 무량수각(無量壽閣) 안양루(安養樓) 팔상전(八相殿) 객실 요사채 등이 있다.
2) 가람 배치
가람배치는 북쪽의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심검당과 무량수각의 당우를 놓고 그 전방에 누각건물을 배치하고 있어, 조선 초기의 배치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리고 명부전과 팔상전 등은 대웅전과 안양루를 잇는 남북 자오선(子午線)의 주축이 되는 일반적 가람배치형식에서 벗어나 있다. 건축양식은 다포계(多包系) 주심포계(柱心包系) 익공계(翼工系)의 형식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당우 가운데 대웅전은 1484년(성종 15)에 건립한 건물이며, 내부에는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을 봉안하고 있다.
심검당은 그 남쪽으로 ㄴ자형의 다른 요사와 함께 연결되어 있고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이며, 주심포계양식의 건물로서 그 형태가 단아하다.
정면 6칸, 측면 3칸의 무량수각은 자연석 초석 위에 원주의 기둥을 사용하였고, 포작(包作)은 익공계이며, 처마는 겹처마에 팔작지붕이다.
안양루는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며, 내부의 바닥은 우물마루이고 천장은 연등천장이다.
명부전은 무량수각 동편에 위치하며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으로 측면에 풍판(風板:비바람을 막기 위해 연이어 대는 널빤지)이 있는 조선시대 초기의 건물이다.
명부전 내부에는 철불지장보살좌상과 시왕상(十王像)이 봉안되어 있는데, 기도의 영험이 신통하다 하여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팔상전은 명부전 북쪽에 위치하며 정면 3칸, 측면 3칸의 주심포 건물로 문수보살상을 봉안하고 있다.
이 밖의 문화재로는 대웅전 앞의 오층석탑과 청동 향로가 있다.
이 절에서 개판된 장경으로는 1580년(선조 13) 개판된 ≪도가논변모자리혹론 道家論辨牟子理惑論≫과 1584년에 개판된 ≪몽산화상육도보설 蒙山和尙六道普說≫ ≪법화경≫ 등이 있다.
3. 개심사의 성보 문화재
1) 개심사 대웅전(開心寺 大雄殿 보물 제143호)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개심사에 있는 조선시대의 불전.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건물.〈개심사사적기〉에는 신라 진덕여왕 5년 백제 의자왕 14년 갑인 혜감국사 창건(新羅眞德女王五年百濟義慈王十四年甲寅慧鑑國師創建)이라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에서 진덕여왕 5년은 651년에 해당하고, 의자왕 14년은 654년에 해당하여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 뒤 1350년(충정왕 2)에 처능(處能)이 중건하였다고 하며, 1941년 대웅전 수리공사 때 발견된 묵서명(墨書銘)에 의하면, 1484년(성종 15)에 중창하였다고 한다.
구조는 반듯하게 다듬은 장대석으로 지대석(地臺石)을 만들고, 그 위에 넓은 방형의 판석(板石)을 놓고 다시 다듬은 장대석의 갑석(甲石)으로 마무리한 기단 위에 막돌초석을 놓았다.
초석들은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 일부에는 주좌(柱坐 : 주초 상면에 기둥을 받치는 부분을 약간 높게 한 자리)를 방형 돋음으로 하였고, 나머지는 막돌초석이다. 기둥은 약한 배흘림이 있는 기둥과 민흘림기둥들을 섞어 썼는데, 이는 아마도 중창 때 바꾸어진 것이라고 추측된다.
공포(慊包)는 외이출목(外二出目)과 내삼출목(內三出目)으로 외부로 뻗은 초제공(初諸工)과 이제공(二諸工) 끝은 비교적 강직한 수서〔垂舌〕로 되어 있고, 삼제공 끝은 삼분두(三盆頭 : 끝을 모양나게 세 번 꺾어 잘라낸 형식의 끝머리) 모양으로 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불전.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 보물 제143호. 이 대웅전은 다포 초기양식을 잘 보여주는 건물로, 우주의 귀솟음과 안쏠림 수법이 잘 나타나 있다.
내부의 공포는 초제공 끝만은 교두형(翹頭形)으로 만들고, 이제공 삼제공 끝은 초각(草刻)되어 한 판으로 붙어 있다. 그러나 건물 뒷면의 내부 공포에서는 모두 교두형으로 된 것이 특이하다.
또, 도리 방향으로 놓인 소첨차(小首遮)나 대첨차들은 모두 교두형이고, 소로〔小累〕들은 주두(柱頭 : 대접받침)와 같은 모양으로 굽면이 사면(斜面)으로 끊긴 극히 일반적인 모습이다.
가구는 양옆 중앙에 두 개씩의 고주가 있을 뿐이며, 대들보를 앞뒤 평주(平柱) 위에 걸고 여기에 구름모양으로 초각한 동자기둥을 세워 종보〔宗樑〕를 받치고, 다시 이 종보 위에 파련대공(波蓮臺工)을 세워 마루도리〔宗道里〕를 받치고 있으며, 불룩하게 휘어진 소슬합장으로 마루도리를 보강하고 있다.
건물 바닥은 우물마루이고, 천장은 연등천장이나 불단 위만은 우물천장을 만들어 보개천장(寶蓋天障) 구실을 하게 하였다.
정면 3칸에는 모두 교살로 된 들어열개창호를 달고, 서까래 끝에 매단 들쇠에 들어 매달게 하였다. 처마는 부연이 달린 겹처마이고, 지붕은 맞배지붕으로 양옆에 풍판(風板)을 달았다.
이 대웅전은 다포(多包) 초기양식을 잘 보여 주는 건물로, 우주의 귀솟음과 안쏠림 수법이 잘 나타나 있어서, 규모는 작으나 매우 아름다운 건물이다.
2). 개심사 영산회괘불탱(開心寺 靈山會掛佛幀)
조선 후기의 불화. 1772년(영조 48) 작. 삼베 바탕에 채색. 세로 10.1m, 가로 5.87m. 보물 제1264호. 유성(有誠) 유위(宥偉) 성청(性聽) 보은(報恩) 상흠(尙欽) 등 11명의 화사(怜師)가 그렸다. 화기에 대영산괘불탱(大靈山掛佛幀)의 명칭이 있는 이 불화는 왕과 왕비, 세자의 만수무강을 위해 제작된 그림이다.
거대한 본존불 입상의 두광(頭光 : 부처나 보살의 정수리에서 나오는 빛) 좌우에 비로자나불좌상과 노사나불좌상이 조그맣게 묘사된 것으로 미루어 비로자나불의 화신(化身) 석가불로 추정된다. 독존불처럼 강조된 석가불은 오른손은 내리고 왼손은 가슴에 두었다.
석가불의 둥근 얼굴과 당당한 어깨, 길고 굵은 팔과 짧은 하체 등은 둔중해 보인다. 오른쪽 어깨가 드러난 우견편단(右肩偏袒)의 법의(法衣 : 스님이 입는 가사나 장삼 따위의 옷)에는 문양이 화려하며 무릎 부근에도 영락(瓔珞 : 구슬을 꿰어 만든 장신구)으로 치장했다. 신광(身光 : 부처나 보살의 몸에서 발하는 빛)에도 모란 덩굴무늬로 채우고 있다.
지권인(智拳印 : 왼손 집게손가락을 뻗치어 세우고 오른손으로 그 첫째 마디를 쥔 손 모양)의 손 모양을 한 비로자나불과 두 손을 어깨 높이로 올려 설법인(說法印)을 한 노사나불은 구름 위의 연화좌에 앉아 있다. 두광의 외연(外緣 : 가장자리)을 장식한 7구의 화불(化佛)은 두 어깨를 덮은 통견(通肩 : 어깨에 걸침)의 법의를 입고 구름 위의 연화좌에 결가부좌(結跏趺坐)한 자세이다. 손 모양과 지물(持物)이 다양하다.
신광의 외연에 8구의 화불 역시 두광 외연의 화불과 같은 자세와 유사한 손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신광의 맨 밑에는 입상의 2보살이 합장한 자세로 보관(寶冠)에 천의(天衣 : 천인(天人)이나 선녀의 옷)를 걸치고 있다. 탐스러운 연꽃을 딛고 선 석가불을 제외한 나머지 권속은 모두 구름 위에 앉거나 선 자세로, 화불처럼 묘사되었다.
구름으로 인해 빈 공간이 없는 이 불화의 상단부의 양쪽 수식 띠는 그 가운데 큼직한 다라니 주머니를 그리거나 실제로 수를 놓은 화려한 다라니 주머니를 걸어 놓는 용도의 장식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홍색과 녹색의 보색 대비 및 화불과 모란 문양 연꽃 등의 장식적인 요소들이 잘 어울린 화려함을 보여 주는 당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3) 개심사 향완(開心寺 香湄)
고려시대의 향로. 높이 24㎝. 전이 넓은 완형(湄形)의 노신(爐身)과 나팔형 받침을 연결한 통식의 향로이다. 전의 윗면에는 유운문(流雲文)이 8개소에 입사(入絲)되고 노신 외면에는 대칭되는 위치 네 곳에 원권(圓圈)을 돌리고 그 안에 굵게 卍자가 입사되었다.
남은 공간에는 가는 선으로 모란문(牡丹紋)이 입사되었다. 받침 상단에는 작은 앙련(仰蓮)과 큰 복련(覆蓮)이 연접되어 있으며, 그 밑으로 모란문 3개와 굽에는 구름문 8개가 입사되었다.
전의 안쪽면에 開心寺香湄化主玄文(개심사향완화주현문)이라는 명문이 있어 소속사찰을 알 수 있으나 제작연대는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작품의 양식으로 보아 고려 말기의 제작으로 추정된다.
4) 개심사 심검당 : 문화재 자료 제 358호
대웅전을 바라보고 좌측(서쪽)에 건립된 심검당은 그 건축년대를 기록한 문헌이 없어 정확한 년대를 알 수가 없다.
다만 조선 "성종 실록"에 김서형이 가야산에 사냥을 나왔다가 산불을 내어 개심사의 건물이 화재로 전소된 것을 성종 15년(1484)에 대웅전을 비롯 건물을 중창했다는 기록과 1914년도에 대웅전 건물을 해체 보수 당시 마루도리 속에서 조선 성종 15년(1484)에 중창했다는 묵서명이 발견되어 심검당 건물도 이 때 중창된 것으로 추정된다.
심검당의 건축 양식을 살펴보면 화강 석재를 견치석으로 놓고 그 위에 원기둥을 세우고 주두 위에 공포를 짜올린 주심포계 양식이며 가구는 5량집이다.
초제공 주두 아래로 운각을 한 보아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익공계와도 비슷한 점이 있다. 초제공과 2제공 뿌리는 앙설로 되어있고 3제공만이 초각되었다.
심검당의 평면배치는 정면 3간 측면 3간이며 건물의 좌측에 정면 3간 측면 5간의 덧집을 달았다. 지붕은 겹처마 맞배 지붕집이다.
건물 총면적은 111.4㎡, (심검당 63.2㎡, 덧집 48.2㎡) 이다.
5). 개심사 동종
가야산 남연군 묘의 보덕사에 개심사 동종이 소장되어 있다. 높이가 65cm . 입지름이 58cm로 아담하다. 맨 위에는 용뉴와 음통이 있어 전형적인 산리종의 수범을 따르고 있으나, 몸통에는 위쪽에 고대 인도어인 범자(梵字)가, 가운데에는 보살입상 네 분과 곽 네 곳이 교대로 새겨져 있고 아래쪽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르기를 “開心寺鐘/ 重人二百斥.化主千心/前化主/玄奇/康熙十二年癸丑三月初三日“이라 하여 강희 12년 계축년(1673)에 개수한 화주가 ‘천심’이고 그 전의 화주는 ‘현기’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주조는 그보다 오래 된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조선 초, 중기에는 주조된 듯한 아담한 종이다.
보명 합장